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2 여름밤 불멍, 별빛 그리고 깊은 고요 여름밤, 손님들이 바비큐를 마친 뒤 저는 먼저 모닥불을 지피고 혼자만의 불멍을 3~5분가량 즐깁니다. 그 순간 고요를 가르는 풀벌레 소리와 별빛 아래 춤추는 불꽃이 마음을 차분하게 다듬어 주고, 이어서 손님을 불러와 마시멜로를 나누며 짧지만 깊은 담소를 이어 갑니다. 불멍으로 연결된 이 작은 인연은 연천 야경과 어우러져 특별한 기록을 남깁니다.마당에 남은 열기, 모닥불 앞 3분의 정적금요일 밤 아홉 시를 막 넘긴 시각, 바비큐 불판을 치우고 숯불 잔열을 정리하면서 마당 한가운데 새 모닥불 자리를 잡는다. 아직 지면은 낮 동안 달궈진 열기를 머금고 있으나, 장작이 한두 번 튀며 불씨를 품기 시작하면 열기는 불꽃으로 향하고 공기 끝은 도리어 살짝 서늘해진다. 나는 늘 이때 손님을 바로 부르지 않고, 불 앞에.. 2025. 7. 11. 6월 어느날 여름비 뒤 마당 흙내음의 저녁 기록 여름 소나기가 지나간 직후에도 기온은 크게 내려가지 않아 몸이 쉽게 끈적해집니다만, 비에 젖은 마당 흙냄새와 촉촉한 공기에는 분명 특별한 위안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연천에 머무는 동안 제가 직접 느낀 이 미묘한 불쾌함과 잔잔한 편안함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찝찝함으로 시작된 저녁, 한 겹 벗겨지지 않은 더위금요일 오후 다섯 시, 연천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빗줄기가 끝나는 듯싶더니 이내 더 굵어져 지붕을 두드렸다. 여느 해 여름비라면 들끓던 더위를 식혀 줄 터였지만, 올해 장마는 열기를 잠시도 놓아주지 않았다. 비가 머무른 시간은 겨우 한 시간 남짓이었지만, 방금 내렸다는 증거를 남기려는 듯 마당은 반짝이는 물막으로 코팅됐고, 저장된 열기는 그대로 남아 습기와 뒤엉켜 뜨거.. 2025. 7. 11. 한여름 밤 책상 위 노트북 빛 모두 잠든 깊은 밤, 방 안을 밝히는 것은 노트북 불빛뿐입니다. 저는 여름 특유의 눅눅한 더위를 선풍기 바람으로 견디며, 조용히 글을 편집하고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화면 속 흰빛이 어두운 방을 비출 때, 창문 밖 풀벌레 소리와 따뜻한 밤공기가 어우러져 고요하지만 풍성한 여름밤을 선사합니다.고요와 빛이 교차하는 시각, 노트북을 켜다밤 열한 시를 조금 넘긴 시간, 마을 길가 가로등이 사각사각한 전등빛을 도로 위에 뿌리고 논둑의 풀벌레가 합창을 시작하면 집 안은 갑자기 속이 빈 듯 적막해진다. 낮 동안 데워진 마루는 아직 미지근한 열기를 품고 있지만, 선풍기 바람이 그 열기를 둥글게 흩어 놓아 방 안은 눅눅하지도, 완전히 시원하지도 않은 애매한 온도로 유지된다. 나는 거실 벤치에서 일어난 뒤.. 2025. 7. 11. 한여름 주말 오후 낮잠 20분 무더운 여름 오후, 뜨거운 공기가 가라앉을 틈 없이 방 안을 채워도 마루 바닥에 몸을 눕혀 20분 정도 눈을 붙이면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선풍기 바람과 나른한 풀벌레 소리 덕분에 온몸이 말끔히 새로워집니다. 이 짧은 낮잠은 에어컨 대신 선풍기와 미지근한 바람, 얇은 이불 한 장만으로 충분히 충전되는 고요한 의식입니다. 뜨거운 햇살이 커튼 없이도 벽을 주황색으로 물들이고, 콧잔등에 맺힌 땀이 미미하게 식어 버릴 때, 저는 마치 하루를 두 겹으로 접어 두는 느낌을 받습니다. 낮잠 직후 몸을 일으켜 냉수를 한 컵 들이켜면 바닥에 스며들어 있던 열기가 이미 한 번 빠져나가 있고, 머릿속은 시원한 바람을 통째로 들이킨 듯 맑아집니다.햇살이 바닥을 지글지글 달굴 때, 짧은 쉼을 준비하다한여름 주말 오후 두 시. 높.. 2025. 7. 11. 여름 아침 작은 방의 첫 햇살 여름 동이 틀 무렵, 창문으로 스며드는 첫 햇살과 함께 방 안에 가득 번지는 온기와 냄새를 기록해 두고자 합니다. 새벽 스트레칭으로 일어난 땀방울, 창밖 논밭에서 불어오는 풀내음, 그리고 투명한 냉수를 삼키며 준비하는 8시 15분 외부 일정까지—고요한 시간 속에서 하루를 여는 과정을 나누려 합니다.창문을 가르는 첫 빛, 숨결에 녹아들다여름 새벽 여섯 시. 알람이 울리기 전, 방 안 공기가 묘하게 가벼워지는 순간 눈이 떠진다. 창문 너머 산등성이가 아직 푸르스름하지만, 동쪽 하늘이 살짝 주홍빛으로 번지며 “햇살이 곧 도착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나는 이불을 밀어내고 방 한가운데 매트를 펼친 다음, 햄스트링 스트레칭과 고관절 열기, 어깨 돌리기를 차례로 진행한다. 버피 10회, 스쿼트 30회가 끝나면 이마에.. 2025. 7. 11. 여름 저녁 벤치에서 별빛을 보다 여름 해가 산 뒤로 사라지면 마당 벤치 위에는 따끈한 공기와 노을빛이 얹히고, 곧이어 풀내음·매미 소리·별빛이 시간을 인계합니다. 저는 그 흐름 속에서 하루의 더위를 식히고, 조용히 ‘기록의 자리’를 완성합니다.뜨거웠던 낮을 덮는 노을, 벤치가 만든 무대해가 길어진 여름 저녁, 오후 일곱 시이면 마당 벤치가 가장 먼저 주홍빛을 받는다. 논밭 위로 무더운 공기가 아지랑이를 만들다가, 해가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가면 그 열기가 살짝 누그러진다. 벤치에 앉으면 땀방울이 금세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데, 아직 뜨거운 지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과 뒤쪽 산자락에서 스며드는 서늘한 그늘바람이 동시에 살갗을 스친다. 산 능선을 따라 퍼지는 주황빛은 구름 없는 하늘을 붉게 그러데이션 하고, 마지막 잔광이 논물 위에 반사되면 들.. 2025. 7. 11. 이전 1 2 3 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