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일상21 어쩌면 반복되는 토요일의 하루 새벽 풀 정리부터 막국수 한 그릇의 시원함, 손님 웃음, 중고 득템의 잔잔한 설렘으로 이어진 하루였습니다. 시간마다 달라진 공기와 마음결을 조용히 기록해 두었습니다.새벽, 풀내음과 이슬새벽 6시, 창문을 열자 밤새 숨어 있던 풀내음이 방 안을 밀어냈다. 프로틴 쉐이크로 속을 달래고 장화를 신어 땅을 밟는 순간, 이슬이 묻은 흙 냉기가 발바닥을 파고들었다. 낫날이 풀줄기를 끊을 때 퍼지는 ‘사각’ 소리는 새벽 공기를 가볍게 흔들었고, 풀잎에서 튄 차가운 물방울이 뺨을 스치자 몸 깊숙한 곳까지 선명해졌다. 아직 여명 아래에 머물던 언덕이 천천히 빛을 받아 물들 때, 손목을 타고 흐르던 땀이 바람에 식으며 마음도 한층 가벼워졌다.오전, 아버지와 맞춘 호흡오전 10시 쯤 아버지 차가 마당에 멈추자 흙먼지가 잠시.. 2025. 7. 13. 봄철 초록 언덕 위 흰색과 붉은색, 굵은 땀방울 매년 봄이 되면, 저는 아버지와 함께 파주 나무시장에서 철쭉·꽃잔디·앵두나무 등을 사 와 연천 집 조경과 마당을 새로 단장했습니다. 잡초를 걷어내고 돌 틈을 메우며 꽃과 나물을 옮겨 심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완성된 언덕을 바라보는 순간 모든 수고가 보람으로 바뀌었습니다.새벽길 위 계획표, 파주 나무시장으로 향하다매년 봄 주말에는 아버지와 함께 나무시장을 방문한다. 해가 이제 막 뜨기 시작하는 새벽 나무시장으로 차를 몰았다. 겨우내 얼어 있던 흙이 말랑해졌다는 사실이 손바닥보다 먼저 코끝에 닿았다. 마당을 봄꽃으로 덮자는 생각은 겨울부터 자라 왔으나, 진짜 실행은 이른 아침 나무시장으로 향하는 핸들 위에서 시작됐다. 이른 시간에 왔다 생각이 들지만, 여기는 우리보다 훨씬 부지런한 분들로 가득 차있다. .. 2025. 7. 11. 할로윈 집꾸미기, 아이디어와 공간의 변신 작년 가을, 동기와 함께 할로윈 분위기로 집을 꾸미기 위해 의정부‧양주 일대를 샅샅이 돌았으나 만족스러운 소품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중고거래 앱 ‘당근’에서 어린이집이 폐원하며 정리 중이던 ‘할로윈 풀세트’를 발견해 단숨에 거래를 성사시켰고, 덕분에 공간을 완벽하게 변신시킬 수 있었습니다. 준비부터 완성, 그리고 손님 반응까지의 과정을 담았습니다.금요일 밤 그녀에게 건 전화, 토요일의 쇼핑 작전이 시작되다작년 10월 첫째 주 금요일 밤, 민박 거실 블라인드 틈 사이로 가을 달빛이 스며드는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할로윈을 연출하고 싶다’는 욕심이 번뜩이자 나는 곧장 대학 동기인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보다는 확실히 이쪽으로 지식이 풍부한 그녀였다.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구현이 막막해, .. 2025. 7. 11. 임진강 댑싸리 공원, 그림같은 풍경, 붉은 바다 작년 10월, 저는 연천군 중면 삼곶리에 위치한 임진강 댑싸리 공원을 처음 찾았습니다. 2만여 그루의 붉은 댑싸리와 가을 하늘이 선사한 황홀한 풍경을 혼자 걸으며 느꼈고, 그날의 설렘과 감동을 기록으로 남깁니다.첫 발걸음부터 압도된 화폭 같은 풍경작년 가을,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하던 10월의 하늘 아래 나는 혼자 운전해 임진강 댑싸리 공원을 찾았다. 삼곶리로 향하는 도로는 양쪽으로 황금빛 벼 이삭이 흔들렸고, 산 능선은 시월 특유의 선명한 코발트색으로 빛났다. 안내 표지를 지나자마자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다소 떨어진 임시 구역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에서 공원까지 길을 걷는 동안 “조금 늦었나” 싶었지만, 댑싸리 물결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순간 그 아쉬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초록에서 붉은 기로 완전히 .. 2025. 7. 11. 연천 동막계곡, 시원한 여름휴식 작년 한여름 주말, 연천 동막계곡의 잘 알려지지 않은 구역에서 친구 두 명과 함께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무더위는 그대로였지만 맑고 깊은 계곡 물은 몸과 마음을 단숨에 식혀 주었고, 돌아오는 길에는 계곡 입구 노점에서 파전과 시원한 음료를 나누며 여유를 만끽했습니다. 그날의 차분한 풍경과 소소한 후일담을 기록으로 남기려 합니다.숨은 계곡을 찾아 떠난 한여름의 약속작년 7월 셋째 주 토요일, 휴대전화 온도계가 한낮 34도를 가리키던 오후 두 시 무렵, 우리는 연천 동막계곡을 향해 천천히 올라갔다. 알려진 피크닉 구역보다 더 깊숙한 곳, 물가로 향하는 짧은 길을 걸을 때 발밑에서 마른 솔잎이 바삭거리며 부서졌고, 숲 위로 끓어오르던 열기는 체감으로 30도를 훌쩍 넘겼다. 그러나 계곡이 가까워질수록 숨소리에 섞.. 2025. 7. 11. 여름밤 불멍, 별빛 그리고 깊은 고요 여름밤, 손님들이 바비큐를 마친 뒤 저는 먼저 모닥불을 지피고 혼자만의 불멍을 3~5분가량 즐깁니다. 그 순간 고요를 가르는 풀벌레 소리와 별빛 아래 춤추는 불꽃이 마음을 차분하게 다듬어 주고, 이어서 손님을 불러와 마시멜로를 나누며 짧지만 깊은 담소를 이어 갑니다. 불멍으로 연결된 이 작은 인연은 연천 야경과 어우러져 특별한 기록을 남깁니다.마당에 남은 열기, 모닥불 앞 3분의 정적금요일 밤 아홉 시를 막 넘긴 시각, 바비큐 불판을 치우고 숯불 잔열을 정리하면서 마당 한가운데 새 모닥불 자리를 잡는다. 아직 지면은 낮 동안 달궈진 열기를 머금고 있으나, 장작이 한두 번 튀며 불씨를 품기 시작하면 열기는 불꽃으로 향하고 공기 끝은 도리어 살짝 서늘해진다. 나는 늘 이때 손님을 바로 부르지 않고, 불 앞에.. 2025. 7. 11. 이전 1 2 3 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