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걷는 당포성의 길, 시간 따라 달라지는 마음
연천의 당포성은 문화유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나에게는 조용히 시간을 정리할 수 있는 익숙한 공간입니다. 아침, 오후, 저녁, 새벽, 어느 시간에 가든 각기 다른 표정으로 맞이해 주는 이곳은 내 일상 속에서 가장 자주 걷는 길이 되었습니다.언제든 괜찮은 그곳, 자주 걷는 당포성의 길연천에 자리한 당포성은 누군가에게는 역사적인 장소이고, 누군가에게는 별을 보기 위한 유명한 스팟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르다.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나는 이곳을 자주 걷는다. 아침이든, 오후든, 해가 질 무렵이든, 새벽이든 — 어느 시간이든 당포성은 같지만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마치 매일 조금씩 다른 기분을 가진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산책로라기보다는 작은 공원의 느낌이 더 가까운 이곳은 탁 트인 전망과..
2025. 7. 9.
계절의 냄새를 따라 걷다, 시간 위에 겹쳐진 감정들
연천에 머문 지 이제 2년 좀 안되게 넘기며 2번의 사계절을 모두 겪어나가고 있습니다. 논과 밭, 산과 강, 사람들과 동물들, 모든 것에서 계절의 변화가 분명하게 느껴지며, 뚜렷한 계절은 나에게도 조용한 변화를 남겼고,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천천히 적응해가고 있습니다.첫 계절, 낯설었던 여름의 공기2023년 8월, 나는 연천에 들어왔다. 처음 마주한 이곳의 여름은 무더웠지만, 도시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논과 밭, 바람이 지나가는 산과 들, 그리고 그 사이로 날아다니는 새들과 곤충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곳의 여름 냄새가 기억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바람은 축축했고, 땅은 뜨거웠고, 개울가 근처에서는 풀 내음이 짙었다. 그 속에서 제비와 왜가리가 저..
2025.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