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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반복되는 토요일의 하루

by 방구석기록자 2025.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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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한 팝콘 기계

 

새벽 풀 정리부터 막국수 한 그릇의 시원함, 손님 웃음, 중고 득템의 잔잔한 설렘으로 이어진 하루였습니다. 시간마다 달라진 공기와 마음결을 조용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새벽, 풀내음과 이슬

새벽 6시, 창문을 열자 밤새 숨어 있던 풀내음이 방 안을 밀어냈다. 프로틴 쉐이크로 속을 달래고 장화를 신어 땅을 밟는 순간, 이슬이 묻은 흙 냉기가 발바닥을 파고들었다. 낫날이 풀줄기를 끊을 때 퍼지는 ‘사각’ 소리는 새벽 공기를 가볍게 흔들었고, 풀잎에서 튄 차가운 물방울이 뺨을 스치자 몸 깊숙한 곳까지 선명해졌다. 아직 여명 아래에 머물던 언덕이 천천히 빛을 받아 물들 때, 손목을 타고 흐르던 땀이 바람에 식으며 마음도 한층 가벼워졌다.

오전, 아버지와 맞춘 호흡

오전 10시 쯤 아버지 차가 마당에 멈추자 흙먼지가 잠시 일었다. "많이 했네~"라는 아버지에 말과 함께 짧은 휴식. 시원한 얼음물 한 모금과 함께 각자 맡은 구역으로 가 다시 한번 일을 시작한다. 칡덩굴 한 가닥이 낫에 걸려 두 사람이 동시에 잡아당길 때 얇은 웃음이 풀잎 사이로 번졌다. 잔디 경계가 또렷해지는 모습은 힘이 빠지는 대신 묘한 들뜸을 남겼다. 몸은 무거워졌지만 풍경이 정리될수록 마음은 한층 단순해졌다.

점심, 막국수 국물이 남긴 여운

군남면 막국수집 문을 열자 메밀 향과 냉기가 한꺼번에 들이쳤다. 물막국수 첫 젓가락이 목을 지나가는 순간 오전 열기가 물러나며, 빈 공간에 시원함이 고요히 채워졌다. 아버지는 비빔 양념을 면발에 고르게 묻히며 “정원 깨끗해졌다”라고 한마디 건넸다. 그 짧은 말이 등줄기에 자리 잡은 피로를 톡 하고 들어 올렸다. 자판기 커피와 함께 식당 앞에서 담소를 나눴다. 커피 한 모금은 달콤했지만, 달콤함보다 ‘잠깐 멈춤’이라는 쉼표로 오래 남았다.

저녁, 손님 웃음과 득템의 잔잔한 설렘

스튜디오 사장이 내놓은 커피머신, 카페 사장이 올린 팝콘기계를 차에 싣고 돌아오니 마당엔 이미 숯불 연기와 손님들의 웃음이 퍼져 있었다. 고기 익는 소리와 새 기계 금속이 부딪히는 미세한 떨림이 어우러져, 낮 동안 흘린 땀 냄새를 조용히 덮었다. 창고 선반에 기계를 내려놓으며 ‘이 작은 득템이 내일 어떤 풍경을 만들까’ 생각했다. 풀내음, 막국수 국물, 손님 웃음, 묵직한 손잡이 감촉이 차곡차곡 겹쳐져 마음 한 귀퉁이를 부드럽게 눌러 주었다. 오늘도 기록의 자리에 한 줄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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