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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주말 오후 낮잠 20분

by 방구석기록자 2025.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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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거실 창에 그림같은 바깥 풍경

 

무더운 여름 오후, 뜨거운 공기가 가라앉을 틈 없이 방 안을 채워도 마루 바닥에 몸을 눕혀 20분 정도 눈을 붙이면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선풍기 바람과 나른한 풀벌레 소리 덕분에 온몸이 말끔히 새로워집니다. 이 짧은 낮잠은 에어컨 대신 선풍기와 미지근한 바람, 얇은 이불 한 장만으로 충분히 충전되는 고요한 의식입니다. 뜨거운 햇살이 커튼 없이도 벽을 주황색으로 물들이고, 콧잔등에 맺힌 땀이 미미하게 식어 버릴 때, 저는 마치 하루를 두 겹으로 접어 두는 느낌을 받습니다. 낮잠 직후 몸을 일으켜 냉수를 한 컵 들이켜면 바닥에 스며들어 있던 열기가 이미 한 번 빠져나가 있고, 머릿속은 시원한 바람을 통째로 들이킨 듯 맑아집니다.

햇살이 바닥을 지글지글 달굴 때, 짧은 쉼을 준비하다

한여름 주말 오후 두 시. 높은 태양이 지붕을 내려다보며 지면을 지글지글 달군다. 공기는 잿빛 드론처럼 고정된 자리에서 윙윙 울리는 듯 답답하고, 멀리 논두렁길을 걷는 발걸음조차 뜨거운 열기에 눌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창문을 활짝 열었지만 바람은 요란한 선풍기 날개 뒤에서만 간신히 몸을 낮춘다. 손목시계 초침이 재깍재깍 하루 중 가장 느린 박자를 연주하는 이 시각, 나는 스스로에게 20분간의 계엄령을 선포한다. 거실 마루 바닥은 여전히 햇살을 저장한 채 뜨거울 정도지만, 얇은 패브릭 매트를 펼치고 그 위에 천천히 몸을 눕힌다. 선풍기 바람이 이마땀을 쓸어내리고 팔꿈치에 닿은 공기는 미세하게 따뜻하다. 창턱에 놓인 허브 화분은 고개를 들어 볕을 조금 더 끌어당기고, 방 안 공기는 그 풀내음을 끌어들여 은근한 달콤함으로 변한다. 눈꺼풀을 반쯤 내리면 바로 앞에서 먼지 입자가 햇살을 뚫고 오르는 장면이 흐릿한 필름처럼 흔들린다. 휴대전화는 알람을 20분 뒤로 설정한 채 뒤집혀 있고, 초침 소리가 공기를 정적과 소리 사이 미묘한 긴장 상태로 유지한다.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지만, 이마에 살포시 떨어지는 선풍기 바람이 땀방울을 식혀 주는 순간 닿은 피부가 순식간에 시원해진다. 낮잠에 들어가는 몸은 의외로 빠르게 깊이를 찾는다. 더위로 뜨거워진 속이 손끝과 발끝까지 번져 나가며 파도처럼 가라앉고,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여름을 게으르게 늘어뜨린 채 움직임을 멈춘다. 마지막 의식의 끄트머리에서 “20분이면 충분하다”라는 속삭임이 심장박동과 겹쳐 스르르 사라지고, 방 안은 내가 내쉰 긴 숨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해진다.

뜨거움과 시원함이 맞닿는 곳, 20분이 만드는 완충지대

어렴풋한 꿈속에서도 햇살이 주황빛으로 피부를 누르고 있었다. 몸 한가운데에 남은 열이 느릿하게 표면으로 밀려 나오자 선풍기는 꾸준히 바람을 공급했고, 땀방울은 귓불에서 목덜미로 굴러 내려가 매트에 스며들었다. 벽에 걸린 그림자조차 여름을 게으르게 늘어뜨린 채, 창문 너머 풀잎이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만으로 방 안 공기가 파동을 일으켰다. 선풍기 날개가 회전하며 던지는 그림자는 천장에 유리 조각처럼 반짝이는 무늬를 남기고, 그 아래서 나는 깊은숨을 내쉰다. 어느 순간 향이 뚝 끊기고 대신 달큰한 풀 냄새가 창틈을 넘어 방 안으로 번졌다. 논밭에서는 물이 햇살에 데워지며 김을 내뿜고, 그 냄새조차 무거운 열기에 눌려 천천히 스며든다. 의식은 깨어 있음과 잠듦 사이 미세한 틈에 떠 있었고, 손등으로 파고든 선풍기 바람이 땀을 식히자 곧바로 머릿속에 신호가 닿았다.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기 직전 눈꺼풀이 먼저 들리며, 20분이라는 시간의 파도 끝에 몸이 물 위로 떠오르듯 깨어났다. 냉수를 한 모금 삼키자 식도에서 위장까지 차가움이 돌며 여름 더위를 순식간에 밀어냈다. 손목과 발끝, 등줄기에 새 힘이 퍼졌고, 머릿속은 얼음물에 담갔다 빼낸 듯 맑아졌다.

50m 앞까지 선명해진 오후, 짧은 둥지에서 날아오르다

알람을 끄고 일어나자 매트 아래 마루가 여전히 미지근했다. 창문 밖에서는 매미가 본격적인 합주를 시작했고, 논 위 공기는 낮 기세를 예고하듯 달궈지기 시작했다. 나는 컵에 냉수를 가득 채워 한 모금 들이키며 창밖 풍경을 확인한다. 바람은 뜨겁지만 피부 속까지 파고들어 있던 열기는 이미 한 번 빠져나가 있었고, 시야는 50m 앞 전봇대까지 선명했다. 주황빛으로 번지던 벽은 노란빛으로 희석되며 방 안 그림자를 부드럽게 지우고, 허브 냄새가 논냄새와 뒤섞여 공기를 새로 칠한다. 짧은 낮잠이었지만 어깨는 새털처럼 가볍고, 발바닥은 다시 하루를 걸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속으로 메모한다. “뜨거운 공기, 냉수, 선풍기 바람, 풀 냄새, 그리고 딱 20분 낮잠—이 다섯 조각이 오늘 오후 내 기록의 자리를 완성했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2시 25분. 다시 작업 테이블로 향하며 하루의 다음 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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