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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동네길의 조용한 하루, 담소와 풍경 그리고 부지런함

by 방구석기록자 202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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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걷는 우리 동네길

 

연천의 동네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묘하게 조용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아기자기한 마을 골목을 지나며 마주치는 어르신들과의 짧은 인사,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푸르게 펼쳐진 논 위로 날아오르는 왜가리까지. 이 모든 풍경은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나는 그 안에 가만히 섞입니다.

마을의 아침, 담백하게 흘러가는 시간

나는 종종 연천의 작은 동네길을 걷는다. 이 길은 특별한 산책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풍경이 웅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길이 나에게 주는 감정은 어떤 유명한 장소보다 강하게 남는다. 길을 나서면 마을 어르신들이 집 앞 아무렇게나 나와 앉아 계신다. 이른 아침에도 이미 일과를 마친 분들도 있고, 마른풀을 정리하거나 작은 텃밭을 손질하는 모습도 보인다. 특별히 누가 시킨 일도 아닐 텐데, 그 움직임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어쩌면 그게 바로 이 마을의 리듬인지도 모른다. 걷다 보면 어느새 어르신 한 분과 마주친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주 짧은 인사지만, 그 안에 묘한 정이 스며 있다. 말이 많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그런 관계가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흐를 수 있는 공기다. 나는 그런 순간들이 좋다. 내 말이 필요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저 조용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시간. 이 길은 그런 조용한 온기를 품고 있다.

탁 트인 논과 그 위를 걷는 왜가리

마을길 옆에는 동네보다 큰 논이 있다. 탁 트인 초록색 평면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논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걷는 이 시간이 나는 참 좋다. 바람은 천천히 불고, 가끔은 논 한가운데에서 왜가리가 먹이를 찾고 있다. 그 긴 다리로 아주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물속을 들여다보는 모습.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이 좋다. 자연이 보여주는 장면은 늘 설명보다 앞선다. 특히 이런 작은 마을에서는 더 그렇다. 논 주변의 공기는 도시와 다르다. 흙냄새가 섞여 있고, 사람들 말소리가 멀리서 들리다가 바람에 씻기듯 사라진다. 그리고 그 위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마을 사람들은 누군가를 위해 바쁘지 않다. 다만 자기 리듬에 따라 움직인다. 그것이 하루라는 시간을 구성하는 방식이 된다. 나도 그 안에서 같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걷는다는 느낌보다는, 그 흐름에 잠시 머무른다는 감각이다. 논에 앉아 쉬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보며 멈추기도 한다. 무엇을 하려는 마음 없이, 그저 ‘그 장면’에 끌려 멈춘다.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다.

그저 흘러가도 괜찮은 하루의 풍경

이 작은 동네길을 따라 걷는 시간은 특별한 계획이 없기 때문에 더 편안하다. 누군가는 아침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논에 물을 대고, 누군가는 작은 TV 소리와 함께 거실에 앉아 있다. 나는 그 모든 풍경을 조용히 지나치며, 어느 순간 그 일부가 된다. 대단한 의미가 있어야만 기억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조용한 시간일수록 더 또렷하게 남는다. 나는 이 길을 걷고 나면 늘 마음이 정돈된다. 누군가의 일상 속에 잠시 섞였던 느낌. 그 안에는 말 없는 따뜻함이 있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들이 있다. 오늘도 나는 이 길을 걸었다. 왜가리는 여전히 논 위를 걷고 있었고, 어르신들은 마당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조용히 숨을 쉬었다. 이 자리는 말 그대로의 ‘기록의 자리’다.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조용히 남겨두는 그런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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